어지럼증과 현훈
어지럼증과 현훈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지럼증(dizziness)은 공간 지남력의 장애(sensation of disturbed or impaired spatial orientation)를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증상을 어지럽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빙빙 도는 느낌, 단순히 머리가 띵한 느낌, 술 취한 듯 균형을 못 잡는 느낌, 정신이 멍한 느낌, 몸이 아프고 피곤한 느낌 등 다양한 증상을 어지럽다고 표현합니다.
현훈(vertigo)은 실제로는 움직이고 있지 않지만, 움직이고 있다고 느끼는 왜곡된 지각 (sensation of self-motion when no self-motion is occurring)을 의미하는데 의사들은 주로 내 주변이 돌거나 흔들리는 느낌을 표현할 때 씁니다.
편두통 환자의 어지럼증
편두통 환자는 일반인보다 더 어지럼증을 잘 느낀다고 되어있으며, 심한 편두통 발작 도중(VAS > 7)엔 47.5% 환자에서 어지럼증(dizziness) 또는 현훈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편두통에서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특정 유발인자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경우(spontaneous)와 특정 인자에 의해서 유발되는 경우(triggered)로 나눌 수 있는데, 주로 시각, 소리, 자세 변화, 기립자세, 머리 움직임 등 두통의 유발인자가 대부분 어지럼증의 유발 인자가 됩니다.
전정 편두통(vestibular migraine)이란 질환명이 있습니다. 전정기관 이상 증상 및 징후가 동반된 편두통 발작을 의미하는데, "전정"이란 단어는 귀의 전정기관의 기능 이상임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편두통에서 나타나는 현훈 외에 다양한 어지럼증에 대한 의미는 포함하지 못합니다. 즉 편두통과 어지럼증의 조합을 전부 아우르지는 못하는 병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정 편두통은 반복 자발 어지럼(recurrent spontaneous dizziness)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정 편두통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정 편두통의 진단기준(ICHD-3)
A. 진단기준 C와 D를 충족하는 최소한 5번의 삽화
B. 현재나 과거의 무조짐 편두통 또는 조짐 편두통의 병력
C. 전정 증상이 중등도 이상으로 5분에서 72시간 동안 지속함
D. 최소한 50%의 삽화에서 다음 세 가지 편두통의 특징 중 최소한 한 가지와 관련됨:
1. 다음 네 가지 두통의 특성 중 최소한 두 가지:
a) 편측 위치
b) 박동 양상
c) 중등도 또는 심도의 강도
d) 일상 신체활동에 의해 악화
2. 빛 공포증과 소리 공포증
3. 시각 조짐
E. 다른 ICHD-3 진단이나 다른 전정기능 질환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음
연구 결과 두통 진료소에서 편두통 환자의 약 10%가 전정 편두통 환자이며, 편두통 환자의 1년 유병률이 17.5%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 기준으로 수십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성에서 1.5 ~ 5배 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정 편두통의 임상증상
전정 증상과 일반적인 편두통의 증상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따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전정 증상은 확실하고 객관적인 지표가 없는 것이 현재 진단기준의 문제이며 내이 질병 없이 전정 증상, 즉 어지럼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때 진단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다양한 원인에 의한 여러 증상을 모두 어지럽다고 표현하며, 환자의 표현만에 의존하여 회전 현훈, 비회전 어지럼, 자세 불안 등을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정계의 이상에 의한 어지럼도 회전성이 아닌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심인성 어지럼 등의 비전정성 어지럼에서도 환자는 회전성 어지럼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두통 진료소에서 실제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전정 증상은 불안정(unsteadiness)과 균형 문제(balance problem)인데 이는 전정성 어지럼으로 분류되지 않은 형태이기도 합니다.
즉 현재까지의 진단기준이 너무 제한적이란 뜻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저는 "편두통성 어지럼증"이란 병명으로 환자들에게 설명을 자주 하곤 합니다. 충분하고 자세한 검사를 했는데도 진단이 안되는 어지럼증의 원인은 자세한 문진을 해보면 편두통과 관련된 증상인 경우가 제 경험상 상당히 많았습니다.
전정 증상의 기간은 수초에서 수일까지 다양하게 보고됩니다. 전정 삽화가 완전히 좋아지는 데 4주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으며 대부분은 72시간 이내입니다. 따라서 전정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전정신경염이라든지 양성 돌발성체 위성 현훈 등의 내이 질환과 증상 지속 시간이 매우 유사할 수 있어 진단이 더욱 어렵습니다.
두통과 전정 증상이 종종 밀접한 시간적 연관성을 가지고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편두통의 전정 증상은 편두통의 전구 기부 터 후구기 사이 어느 때든 나타날 수 있고, 흔한 유발요인은 월경, 수면부족, 스트레스, 알코올 및 날씨 변화 등 편두통의 유발요인과 같습니다.
메니에르병, 양성 돌발 성체위 현훈, 멀미 등 다양한 전정 질환을 동반질환으로 가질 수 있다고 되어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엔 별개의 전정 질환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정 편두통의 병태생리
편두통 환자의 경우 대뇌 흥분도의 변화 및 감각 과민성이 주된 병태생리입니다. 감각계의 증대된 과민성으로 인해 소리 공포증(phonophobia), 빛 공포증(photophobia), 통증에 대한 감각 과민 (통각과민, 무해 자극 통증), 후각에 대한 과민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일상생활 동작에 대한 과민성(kinephobia)"이란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인 신체활동을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머리 동작이 거의 항상 동반되게 됩니다.
편두통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증과 현훈이 그러한 일상생활 동작에 대한 과민성(kinephobia)에 기인한다는 병태생리 가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즉 편두통에서 일어나는 어지럼증을 감각 과민의 일종으로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전정 편두통은 전 연령에서 발생이 가능한데, 소아의 경우 소아 양성 돌발 현훈(benign paroxysmal vertigo of childhood)란 질환은 소아 초기에 시작되어 끝나고 두통은 수년 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편두통과 비슷한 병태생리를 공유하는 질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성인에서 전정 증상은 대개 두통이 시작되고 몇 년 후 시작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폐경 후 여성, 노인의 경우가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인의 경우, 젊은 시절 주로 겪던 두통 위주의 증상이 약해지고 어지럼증이 강해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즉 젊을 땐 머리가 주로 아프다 노년기에 어지럼증만 호소하는 경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뇌영상등에서 진단 근거를 찾기도 어렵고 환자 자신도 본인의 젊은 시절의 두통을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정 편두통의 치료는 편두통의 급성기, 예방치료 요법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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